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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7.05.24 까미노 데 산티아고 14일차 :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Horniloos del Camino) ~ 카스트로헤리스 (Castrojeriz), 코엘료가 가장 사랑한 마을


일어나서 어제 만들어놓은 샌드위치를 먹었다.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출발하기 전 엄마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그렇게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 출발한 오늘은 쉬엄쉬엄 걷는 2일차. 오르막과 내리막 없이 끝없는 평지인 메세타는 길고, 그늘은 없고 자갈길이 많아 쉽지도 않다.



이때가 딱 6시쯤이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걷는 지은언니와 나


딱 이 시간의 풍경을 좋아했다.


걷다보니 무인 푸드트럭이 있다.​ 도나티보였다. 딱히 음식이 땡기는 상황은 아니어서 사진 않았는데 넘 귀여워서 사진 찍음



구름 한점없이 맑은 날이었다!



아직까지는 긴 그림자를 볼 수 있는 시간



그렇게 한참을 걸었는데 마을이 보이지 않아서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라며 지칠쯔음 발견한 마을 온타나스는 요렇게 안쪽에 쏙 숨어있었다.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가보니 어제 이곳에 묵었을 사람들은 이미 다 빠져나가고 마을은 조용하기만 했다. 시간은 약 8시 반쯤이었던으로 기억한당



온타나스는 꽤나 작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마을이었다. 오르니요스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따뜻한 코코아와 크로와상 하나를 먹으며 쉬는데, 문득 지난밤 이곳에서 머물렀을 사람들 생각이 나서 연락처 하나 받아놓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 작은 마을의 골목들을 채우고 있었을 우리의 흥많던 유럽 아재들....우리 챙겨주는 외국인은 그들뿐이었다니 ⭐️

다시 보고픈 사람이 꽤 많은데 모두 앞서가고 있으니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꼭 다시 만나야지. 특히 키 작은 한국인 아주머니(옥제 어머님)와 조지 할아버지도 다시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충분히 쉬고 다시 출발


진님이 무슨 유적지라고..했는데 (기억안남) 저기 보이는 버스에 학생인지? 관광객인지 하튼 단체로 보러 온 사람들도 있었당



도착하고 보니 11시도 되지 않았다. 넘나 빨리 온 것..



12시에 체크인을 시작하는 오리온 알베르게. 안에 앉아서 1시간 정도를 기다린 뒤 딱 12시에 체크인을 했다. 부부가 운영하는 알베르게인데 여자분이 한국분이시고, 저녁식사로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인들이 꽤나 많이 방문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비빔밥에 혹해서 예약했던...것...ㅎ

우리는 점심으로 봉지 신라면 2개, 너구리 2개를 샀다. 큰 냄비에 다털어넣고 끓인 담에 여기에 김치(통조림)과 진님이 손수 지어주신 냄비밥까지 완전 배부르게 잘 먹었다. 역시 한국의 맛⭐️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푹 쉬었다. 시설도 좋고, 핫샤워로 씻고 빨래해서 널어놓은 것 까지 좋았다. 침대 옆 콘센트에서 베드버그 새끼 비슷한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진 찾아보니까 비슷하고,,,죽이긴 했는데......혹시 몰라서 주인분께 말씀드렸는데 아니라고 하시기도 했고 뭐 훗날 아무 문제도 없긴했지만 그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좀 후회할뻔했다 사람들한테도 미안하고 ㅠㅠㅠㅠㅠ다 끝난담에야 생각한거지만 담에 다시 까미노가면 딱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알베르게나 음식점은 여러모로 안갈듯 


저녁 먹기전에 혼자 마을 한바퀴 돌아보고​



저까지 올라가면 경치가 좋다던데 올라갈 엄두는...ㅎ



​늘어지게 잠자던 고양이



저녁으로 고대하던 비빔밥과 된장국 ㅠ​



-그날의 일기-

무튼, 지금은 코엘료가 가장 사랑했던 마을이라는 까스트로헤리스에 와있다. 잠깐 돌아봤는데 생각보다 조용한 마을인 것 같다. 오리온 알베르게에 묵겠다는 합리화를 통해(?) 어제오늘 20키로씩만 걸었더니 긴장이 풀리나보다. 내일부터는 더 더 걸어야지. 목표는 일단 프로미스타 다음 마을인 파블라시온까지, 앞서간 이들과 20km차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루를 줄야야 레온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도 딱 발목 안좋은 시기에 주구장창 쉬고 라면에 김치에 밥 말아먹고 비빔밥까지, 제대로 쉬고가는 것 같긴 하다.

내일은 현중이랑 지은언니랑 5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메세타 구간을 걷는게 너무 더운지라 조금이라도 더 시원할 때 걷는게 좋겠다는 판단이다. 시에스타가 끝난 시간에도 햇볕이 너무 강렬하고 더워서 마을 구경을 할 수가 없었기에...

아침을 먹고 출발해도 바에서 또 사먹는 우리ㅋㅋ 내일은 안그래도 일찍 출발하니까 그냥 간단하게 작은 복숭아 한알과 빵 하나를 사두었고 먹고 출발하고 바에서 쉬면서 또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