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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9. 9. 21. 01:07

(의미 없음)


같은 프로젝트를 맡게된 개발자 Y님. 낯가림이 심한 나는 마주보고 이야기하는게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짱친과 친구 그 사이에 있는 지인과 단둘이 있을 때.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주기적으로 밖을 쳐다보거나 눈보다는 코나 입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다. 사실 그것도 눈치보이는게, 살면서 너는 왜 입을 쳐다보고 말하냐고 하는 사람이 있었어서 눈 근처 어딘가를 바라보곤 한다.

최근 나와 동기에게 비슷한 프로젝트가 각각 떨어졌다. 사실 개발 측면에서 개선되는게 커 작업 일정이 딜레이되지 않도록 챙기고 개발팀의 작업이 끝난 후 이대로 실서버에 배포해도 괜찮은지, 이상은 없는지 품질을 평가하는데 신경 쓸 부분이 많은 프로젝트였다. 나와 동기의 프로젝트가 유사하고 개발 담당자분이 같은 분이라 나와 동기, Y님 셋이 간단히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티타임을 갖게 되었다. 동기는 Y님이 구면이고, 나는 초면이라 조심스러웠는데 티타임을 하면서 하나 깨달은게 있다.

그 시간이 좀 더 편한 자리가 될 수 있었던 건 Y님이 정확히 눈을 보고 말씀하시려고 했기 때문일거다. 왜 말하는데 편하지? 어렵지 않지? 신뢰가 느껴지지? 싶었는데 이게 맞는 것 같다. 서로의 시선이 닿는 것이 벽을 허물 수 있구나 싶었다. 어떻게보면 너무 단순하고 쉬운 일인데도 내가 잘 못하는 거라 더더욱 크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고. 적당한 선에서 시선을 피하지 않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인턴을 함께했던 동기 N님. 함께 입사할 수 있었지만 여러 고민 끝에 입사 포기를 결정하시고 그 후론 정말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다. 사실 그냥 흘려보낼 인연이었을 수도 있지만, 형식적으로 밥 한번 먹어요라는 말을 하더라도 이어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제 저녁 나, 인턴 후 함께 입사한 동기, 그리고 N님 이렇게 셋이 만났다. 편했다. 그때 하지 못했던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서로의 일상과 현재의 회사, 인턴할 당시의 에피소드들을 꺼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일도 있었고, 공감할 이야기도 많았다. 다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참. 이날 2차로 을지로 노가리골목 갔는데 여지껏 왔던 날들 중에 사람이 제일 많았다. 이렇게 많다고? 싶을 정도로 많았음


어떤 모르는 마케터. 브랜딩을 잘하기로 소문난 배달 서비스 B사의 브랜딩팀에 계시다가 이직하신 분의 블로그를 봤다. 인스타에서 유명한 여러 마케터분들이 계신 팀이라 그 팀의 분위기는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유롭고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고, 다들 끊임없이 배우고, 기록하고 능력있고 실제로도 인정받는 고런 느낌. 그분의 블로그도 그랬다. 근데 그분이 B사만큼이나 좋아보이는 다른 회사의 마케팅 팀으로 이직을 하셨는데 그 후의 글들이 굉장히 우울했다. 특히나 사람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3개월 만에 퇴사를 하셨다고 한다. 그 뒤로 자세히 읽지 않아서 지금은 어디서 일하시는지 모름. 회사? 사람? 그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 개개인과 회사, 팀의 역량이 어떻든 합이 잘 맞는 것도 중요하구나를 다시 생각했다. 삼박자가 착 맞는 회사를 찾는건 하늘의 별따기겠지만


작년에 L사로 이직하신 대리님. 입사는 회사의 선택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선택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치앞도 모르는 취준생의 입장에서 받아주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크긴 했지만, 그럼에도 회사를 고를 때 기준을 갖고 고민했던 이유는 이 회사가 내 인생의 마지막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자신의 성장 가능성이 중요했고 회사보다는 입사할 팀의 팀장, 그리고 인턴때 나의 멘토를 담당하셨던 대리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앞으로 일하게 될 첫 회사에 이런 사수 아래서 배울 수 있다니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두분은 입사 한달만에 줄줄이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셨다. 지금이야 시간도 흘렀고 이제 남은 팀원분들도 언제 이직하셔도 이상하지 않을 경력이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지만, 그 당시엔 예상치 못한 일이라 충격이 컸다.

그런데 최근 대리님의 소식을 들었다. 동기의 친구가 L사의 기획 신입으로 입사하게 되었고 대리님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리님이 기획서를 너무 잘쓰셔서 놀랐다는 것이다. 와 역시라는 감탄을 시작으로 그분처럼 되고 싶고 그녀의 행보를 뒤따라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대리님과 반년이라도 함께 일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라며 아쉽고 뒤숭숭한 마음이 뒤따라왔다. 팀장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셨지만 대리님은 인턴 파일럿 프로젝트를 할 당시 멘토와 멘티로 그 짧은 2개월에 보고 배운 것들이 있어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쨌든 이렇게 건너건너라도 잘 지내신다는 소식을 듣게되니 맘이 좋기도 하고 역시 업계가 좁긴 하구나 싶기도 했다. 더 성장해서 인사드리러 갈 수 있는 날이 왔음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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