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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길었던 가을야구가 끝났다. 올해는 여지껏 봐왔던 시즌 중 가장 인상적인 시즌이었다. 

2018년, 나는 참 다사다난했던 히어로즈의 팬이었다. 주전선수 줄줄이 부상에 이제는 언급도하기 싫은 주전포수 투수 사고쳐서 이탈, 이장석 횡령에 깜빵가서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ㅋㅋ 답도 없었다. 현타도 오고.. 지난날 왜 뭣모르고 이 팀에 입덕해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있지? 메인 스폰인 넥센은 스폰비 지급 안하겠다고 하고 타자들 붕붕댈때마다 해체하라고는 했지만 진짜 내년에 해체해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다. 그리고 1차지명 뽑은 애가 학폭범 ! 넷상에서 하는 말은 걸러듣는게 정신건강에 좋지만 어쩔 수 없게 보게되는 것들은 사실 속이 쓰렸다. 그 화살들이 우리한테 돌아오는 것 같아서, 그 팀이 좋아서 응원할 뿐인데? 팀 팬 상관없이 싸잡혀 욕먹는것도 진절머리가 났다. 

그러던 와중에 주전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생긴 공백을 2군에 있던 선수들이 기회로 잡아 이를 악물고 뛰었고 심지어 잘해줬다. 몇년새 1차지명으로 뽑았던 감자들이 거의 주전급으로 경기를 뛰고 있고, 부상으로 나갔던 선수들이 재활 끝나고 돌아오면서 엎치락 뒷치락 하다가 4위까지 올라왔다. 구단 최다연승 11연승도 해보고 아겜 가서도 우리애들이 눈에 띄게 활약해줬다. 막판까지 3위를 따라잡다가 아쉽게 4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2년만에 돌아온 가을야구는 어느 팀보다 길고 뜨거웠다.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를 잡긴 했지만, 플옵에 올라와서는 1,2차전 내리 지는걸 보고 5차전까지 갈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매번 혀갱들은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직관을 갔을텐데 ! 고척에서 3, 4차전을 이기고 승부는 원점이 됐다. 사람 맘이 또 간사한지라... 이왕 리버스스윕도 해봤으면 좋겠고 와카에서 코시까지 갔던 첫번째 팀이 됐으면 했다. 그런데 실책이 불러온 출혈이 너무 커서 무기력하게 질거라고 생각했는데 9회초, 그것도 2아웃에 아웃카운트 하나 남은 상황 4:9로 시작해 너무너무 기다렸던 박뱅의 동점 홈런이 여기서.. 화면에 잡힌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울고 있었다. 집관하던 나도 울컥하는데 그 순간 어땠을까 

9회말을 잘 막아 연장도 가고, 역전도 했으나 10회말에 상대팀의 끝내기 홈런를 맞으면서 넥센 히어로즈의 가을야구는 여기서 막을 내렸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생각한다. 매 경기가 4시간을 넘길 정도고 포스트시즌인만큼 쉬운 경기 하나 없었을텐데, 고생많았다 잉혀들.... 나도 직관갈때마다 넘 재밌었어... 남은건 텅장... 이제 장바지 아닌 장감독님도 감사합니다... 히어로즈 팬인게 너무 감동이고 햄복하고 뽕차는 밤이다. 오늘은 오랫동안 못잊을 듯.. 넥센이든 키움이든, 내년의 히어로즈가 더 기대된다. 그래도 겨울야구는 따뜻한 돔이 최곤데 얼어데지든말든 ^-^ !! 



다시봐도 눈물 찔끔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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