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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7.06.07 까미노 데 산티아고 28일차 : 포르토마린(Portomarín) ~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늦잠을 잤다. 보통 6시쯤 출발하는데 6시에 일어난거면 내 사전에는 늦은건데! 지은언니는 오늘로 다시 헤어질 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헤어지게 됐다. 뭐 다른 이유는 아니고, 언니는 9일에 산티아고에 들어가길 원했다. 나는 내 컨디션 봐서 끊기로 했다.

후다닥 준비해서 어제 마트에서 사둔 복숭아, 요거트, 씨리얼바 하나를 먹고 방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먼저 출발했다. 강줄기를 따라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마을을 빠져나가는 다리를 향해 걷고 있는데, 정말로 오랜만에 크렉을 만났다. 어제 스치듯 본 게 크렉이 맞았나보다. 크렉도 우리랑 떨어진 후로도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고 했다. 한참을 떠들면서 걸었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안개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꽤나 멋졌다. 크렉이 잠시 멈춰 사진을 찍길래 나는 그런 크렉을 찍었다. 크렉은 소니에서 나온 DSLR을 들고 다녔다. 한번 찍어보고 싶어서 그래봐도 되냐 물었더니 크렉이 흔쾌히 건내줬다. 크렉도 내 카메라 써보고 싶다고 해서 그럼 나 찍어달라고 했더니 알겠다며 한장 찍어줬다. 케케



바로 이거! 내가 갠적으로 무지 조아하는 사진이다


근데 이샛기가 뒤따라온 영어권 친구를 만나자 걔랑 떠드는데 한참 그 속도 따라 걷다가, 내가 지쳐 자발적으로 낙오된 모습...🌟잘가라 



이제 84km가 남았다.


이완도 만났다. 물론 스쳐지나갔지만, 워낙 잘 걸어서 사실 론세스 이후로 보지 못할줄 알았는데 계속 마주친다. 이것도 인연이지 싶다. 

끼니를 해결해야 해 바가 나오면 들어가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거나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분위기라 계속 재꼈다. 그래서 그렇게 걷고 걷다가 출발한지 11km째에 바에 들어간 것 같다. 길을 둥글게 돌아 그늘진 마당이 있는 바에 들어갔는데, 나보다 늦게 출발하고도 빠르게 재친 진혁님이 여유롭게 밥먹고 있었다. 슬쩍 가서 같이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고 그 테이블에 앉았다. (이미 가방 내려놈ㅎ) 카페 콘레체랑 빵 시켜서 그렇게 아침을 해결했다. 먹으면서 막 얘기하고ㅋㅋㅋㅋ 간식 나눠 주시길래 나도 어제 샀던 납작 복숭아를 하나 드렸다. 

다 먹고 좀 쉬다가, 제가 걸음이 느리니 먼저 일어날게여 인사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근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혁쓰 걸음이 너무 빨라서.... 어느 순간 같이 걷게 되서 진짜 말을 엄청 많이 했다. 솔직히 뭔 얘기 했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쉼 없이 떠든 것만 기억남..ㅎ 점심 먹으러 바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떠듬ㅋㅋㅋㅋㅋ아니 그냥 드립이 난무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점심으로 피자, 샐러드랑 깔리무초 시켜서 먹는데 피자 올리브가 ㅋㅋㅋㅋㅋㅋ압도적이었다 그것도 웃겼는뎈ㅋㅋㅋㅋ 오빠 교대생에 이제 선생님 될 사람이라 얌전한 줄 알았는데 약간 성격조은 도라이였음 (200% 칭찬임ㅎㅎ 설마ㅎ 안보겠지)



샐러드



피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빠가 올리브 안좋한다고 선수쳐서 내가 저 조각 먹는데 올리브 다 걷어내고 먹었다..ㅎ



프리허그 해주는 곳!​ 살짝 구경하고


오늘의 목적지는 팔라스 데 레이, 25km 정도를 걸었다. 진혁님은 40km를 걸어 가신다고해서 팔라스 데 레이에서 헤어졌는데, 잘 가셨는지 모르겠다. 헤어질 때 어케 40km나 가나여~ 여기서 멈추시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 이랬더닠ㅋㅋㅋㄴㅋㅋㅋ아니요? 정말 머무르고 싶지 않게 생겼는데요? 이러고 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도라이아녀ㅋㅋㅋㅋ 진혁쓰는 오늘 헤어졌지만 일정이 비슷해서리 왠지 나중에라도 계속 만날 것 같았다.



여튼, 오늘 묵게 된 알베르게는 젠도리아. 일부로 부킹닷컴에서 예약하고 왔다. 캡슐형에 시설이 진짜 좋다! 앞서 머물렀던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추천해줘서 가보고 싶었는데, 산티아고까지 어느정도 끊어가기도 적당한 곳이었다. 가까운 거리에 디아도 있으니 씻고 좀 쉬다가 다녀와야겠다 생각했다.


디아에서 과일과 간식을 좀 사고



고생해주고 있는 내 트래킹화와 가방... 신발은 밑창이 다 닳았다.

지은언니는 이곳을 지나 다음? 마을에서 묵는다고 했다. 

나는 내일은 아르수아까지 가야지. 30km를 걸어야 하니 일찍 나가야겠다.


앞으로 이틀이 될지, 3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