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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7.06.09 까미노 데 산티아고 30일차 : 아르수아(Arzua)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6시 출발​, 날이 흐리다. 마지막 날 아침! 일지 아니면 하루가 남았을지 아직 모르겠지만 산티아고까지는 40km정도가 남았으니 이제 정말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설레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7시쯤 만난 바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토스트랑 오늘도 역시 카페 콘레체~ 가게 안쪽에 앉아도 되는데 테라스가 나쁘지 않아서 테라스에 앉아 먹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나 자리에 앉고 나서 들어온 다른 순례자들이 뭐 먹으라고 나눠줬던 것 같은데 모였는지 생각이 안난다 . . .(_ _) 무튼 다 먹고 출발하기 전에 6월 중순에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낮엔 확실히 더울 것 같아서 잠바 안에 입고 있던 반팔을 나시로 갈아입었다.



숙소 잡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어서 걷는 중 홧김에 부킹닷컴으로 숙소를 예약했다. ​

무를 수도 없다. 네 오늘 갑니다 오늘요!


산티아고에 공항이 있기 때문인지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 구름길도 많이 보인다.



한참 숲길을 걷다가​



조금씩 도시에 가까워짐을 느낀다.​


ㅋㅋㅋㅋㅋ누군가 노란꽃으로 화살표 만들어놓구가서 귀엽...


이제 남은건 13km

지은언니와 틈틈이 연락하면서 걷긴 했는데, 점심 쯤 언니와 아재들을 lavacolla에서 만났다.  


그리고 산티아고 5km전에 있는 곳, 둘러보고 앉아서 신발 벗고 쉬다가 아재들이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줘서 먹으면서 좀 더 쉬다가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에 산티아고 전 마지막 마을인 몬테 데 고조, 그리고 내리막 따라 여러채의 낮은 건물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게 다 알베르게란다. 이곳에서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 들어가는 사람도 꽤 있고, 현중이도 여기서 묵기로 했다고 하드라. 근데 저 멀리 목적지가 보이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동안 20~30km 정도 걸어왔던 나에게는 오늘 걷는 거리가 절대 짧은 거리도 아니었는데 지쳐 늦게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도착해서 쉬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킵고잉!



보인다 보인다 (눈물),,, ​



ㅠㅠㅠㅠㅠㅠㅠㅠ



초입에서 구시가지까지 들어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무슨 상관이랴. 아스팔트인지라 여지껏 함께했던 스틱을 접어 가방에 걸고 온전히 두발로 걸었다. 골목 사이로 성당이 보이니 정말 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굴다리를 지나면 성당 앞 광장이 나오는데, 굴다리 전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우리쪽을 바라보며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일행이 그때쯤 도착하는 걸 보고 마중나와 있었던 것 처럼 보였고, 분명 우리에게 쳐준 박수가 아닌 걸 앎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돋았다. 백파이프 연주소리를 들으면서 광장으로 나와 성당을 보는데 즘말 눈물이 왈칵.. 왔다. 와버렸다. 만감이 교차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곳에 내가 서있다. 



성당을 바라보고 한참 앉아있었다. 



5시 쫌 넘어서 이제 증서 받으려고 순례자 사무실 가서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증명서는 거리 증명서, 완주 증명서 두가지를 받을 수 있다. 



벌써 내차례 . . . .

내 이름이 적힌 증서를 받고 증서 넣을 수 있는 통이랑 이제 무시아까지 가는데 필요한 크레덴시얄을 챙겨 나왔다. 

프랑스 국경마을 생장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총 799km


정말 완주했다....

ㅠㅠㅠㅠ.......한참 들여다봤다



원래 체크인이 6시까지였는데 증서 받으려는 줄이 너무 길어 못들어갈 것 같아서 조마조마하던차에 언니가 전화로 대신 말해주었다. 진짜 고마운 일들만 가득.. 언니 덕에 무사히 체크인까지 마치고 짐을 풀었다. 언니랑 아재들은 예약 따로 안해서 이제 묵을 숙소를 찾는다고 했다. 여튼, 그렇게 오늘 내가 묵게된 곳은 Albergue Basquiños 45. 콤포스텔라가 까미노의 종착지인 동시에 관광지이기도 하다보니 숙박비가 다른 마을에 비해 비싼 편이라고 들었다. 또, 성당 근처로 잡으려면 가격이 비교적 비싸고 인기가 많아 남는 베드도 없다고 해 미리 예약했던 것도 있었는데 산티아고 대성당을 중심으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있긴 하지만 가격도 일반 알베르게와 비슷하고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8베드라 조용하기도 했다. 

저녁미사를 갈까 하다가 오늘은 좀 씻고 쉬고 싶어서 내일 12시 미사를 가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언니도 콤포스텔라에서 만났는데 우리언니랑 지은언니, 이탈리아 친구들은 미사를 드리러 갔고, 끝나고 연락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 사이에 씻고 잘 도착했다며 연락도 돌리고, 짐도 다시 정리하고 쉬다가 지은언니 연락받고 저녁 먹으러 나갔다.



내 기준 조금 비쌌지만 맛있게 먹고 웃고 떠들다가 밤이되고 이제 슬슬 추워져서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내일은 콤포스텔라에서 하루 쉬기로 해서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걷지 않아도 된다. 오늘만큼은 푹 자야지.



그간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