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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8. 7. 4. 07:37


아빠를 모시고 시현하다 1000명의 초상 전시회에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빠의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어 미리 예약했다. 타인 또는 풍경을 찍는데 익숙했던 아빠에게 끝과 시작, 어쩌면 인생에서 n번째 전환점일 수 있는 그 순간의 당신을 멋지게 남겨두시면 좋을 것 같아 준비했다. 

7월 1일 당일 비가 많이 내렸다. 아빠와 전시가 열리는 압구정 캐논플렉스로 향했고 아빠는 교육 받으러 와본 곳이라며 잘 아는 표정을 지으셨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갔을때는 생각보다 아빠가 덜 흥미로워하시는 것 같아서 잘못 짚었나 싶었는데, 막상 준비하고 사진 찍어서 시현 작가님하고 대화하는 내내 즐거워 보이셔서 다행이었다. 아빠의 색은 연두 ㅎㅎ 사진도 맘에 들어하셔서 A2 액자까지 추가했다.  어른이라고 막 어려워하시지 않고 편안하게 대해주셨던게 감사했고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그 에너지를 전달받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 경쟁을 뚫고 사진을 찍으러 오는구나 싶었던 시간이었다.

내가 계획해두었던 아빠와의 데이트 일정은 내리는 비와 들고 다녀야하는 내 상체만한 액자가 추가되는 바람에 고터와서 점심먹고 집으로 가는걸로 끝이 났지만 그래도 그 자체로 좋은 하루였다. 


나도 제대로 돈벌기 시작하면 내 사진 찍으러 가볼란당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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