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그리고 유럽 여행기 : 2017년 5월 4일 ~ 2017년 6월 27일
53일간의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왔다.
한 3일은 정신 못 차리고 눈만 감으면 자다가 이제 일어나서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기 왜 왔어요?” 또는 “거길 왜 갔는데요?”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었다. 글쎄, 아직도 잘 모른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때 산티아고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때의 다짐이 지금까지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 때 무슨 생각으로 가고 싶어 했는지, 다큐멘터리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잇엇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생각은 ‘꼭 다녀와야지’를 다짐하곤 했지만 이루기 쉽지 않은 꿈같은 것이었다. 휴학할 때도 ‘복학하기 전에 까미노 가야지!’라고 했지만 역시나 나는 계속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암만 정보를 찾아봐야 늘어나는 것은 걱정뿐이었다. 한 학기 남은 내가 이 시기에 가도 될까, 취업 준비는? 흔히 가는 유럽여행도 아니고 혼자 가도 위험하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에서 운동이라곤 하질 않았던 내가 프랑스 남부 국경마을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km를 온전히 내 발로 걸을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들에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지난 3월, 우연히 2011년에 적어놓은 내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봤다. ‘대학생 되면 까미노 꼭 갈거야’ 달랑 한 줄이었지만 그 한 줄에 모든 결심을 했고 비행기표를 끊는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구는 1년 넘는 시간을 들여 까미노를 준비하고 온다는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달. 그마저도 계속 학원 다니고 알바하며 시간을 다 보냈다. 거의 1주일 전부터 부랴부랴 준비물을 챙기고 가방을 쌌다. 일정을 짜보려 했는데 영 뭐가 뭔지 몰라 골치가 아팠다. 관련된 책이나 영화를 보다가도 중도에 멈추기를 반복, ‘아 모르겠다! 일단 가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까미노 전의 런던 여행일정을 짜는데 시간을 더 쓴 것 같다.
5월 4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탔다. 혼자 떠나는 장기간의 유럽여행, 그것도 꿈에 그리던 까미노를 간다니! 엄마는 걱정에 며칠 밤 잠을 못 이루셨다고 한다. 엄마 미안, 그래도 잘 다녀왔어요.
5박 6일간의 런던 여행을 마치고 5월 9일, 프랑스 비아리츠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하나 하나가 숙제같았고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나 잘할 수 있을까?’를 수백번 되뇌었던 것 같다. 바욘에서 하룻밤을 묵고 5월 10일 생장에 도착했다. ‘아 사진으로만 보던 곳에 실제로 와 있다니!’ 실감이 나지않았다. 생장의 순례자 사무소에서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을 받고 하얀 조개껍데기 하나를 기부제로 받아와 가방에 달았다. 55번지 알베르게의 낡은 지하방에서 잠 못 이루던 그날 밤, 비가 많이 내렸다.
5월 11일, 799km의 첫 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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