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5 까미노 데 산티아고 15일차 : 카스트로헤리스 (Castrojeriz) ~ 포블라시온 데 캄포스(Poblacion de Campos)
처음으로 별을 봤다. 새벽 4시 반에 기상해서 짐싸다 문득 창밖의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질 듯 많았다. 해가 늦게 지니까, 생각해보면 유럽에 와서 처음보는 밤하늘이었다.
15일차, 내일 모레면 이 길의 중간 지점인 사아군 마을을 지나게 된다. 콤포스텔라까지 딱 반이 남았다는 뜻이다. 처음엔 한없이 멀어보였던 그 곳을 왔던 길 만큼 걸어가면 된다. 기분이 묘하다.
오늘의 길은 28km 정도, 멀리 가야하니 5시에 출발했다. 마을을 벗어나자 빛이 사라지고, 어두워 노란색 화살표 찾기가 어려워 핸드폰 플래시로 길을 비추며 걸었다.
갑자기 등장한 산이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새벽이라 그나마 걷기 수월했다. 한창 더울때 걸었으면 꽤나 힘들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생각만해도 땀뻘뻘...) 오르막이 끝나고 뒤를 돌아보니 해가 뜬다.
꼭대기에서 쉬고있는 지은언니랑 현중이...ㅎㅅㅎ
그리고 평지의 연속
요즘은 새벽에 나와도 춥지않다. 오히려 따뜻하다. 구름 한점 없으니 낮에 얼마나 더울까 생각하며 걸었다. 역시나 더웠다. 눈이 부시니 선그라스를, 살을 태울 순 없으니 레깅스와 바람막이를 절대 벗지 않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걷는다.
어제 사둔 복숭아 1알과 물, 빵을 먹고 걷는데 다음 마을이 딱 10키로넘는 위치에 있었다. (사실 몰랐다) 근데 겨우 도착하고 보니 연 바가 없었다. 겨우 찾아 간단히 아침을 먹고 다시 걷기. 발목이 계속 안좋지만 걸어야 아픔이 덜 해진다.
생각보다 보야딜라에도 일찍 도착했고, 6km 후의 프로미스타도 빨리 도착했다. 혹시 몰라 오늘 묵을 알베르게를 미리 예약한 덕분에 오래 쉬다 걷다 밥먹고 걷고 할 수 있었다.
알베르게 근처에 아무것도 없기도 하고, 마트요정(=나)은 또 지나가다가 발견한 DIA를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가 과일하고 물을 샀다ㅋㅋㅋㅋ 프로미스타에서 다같이 점심먹고 하다보니 결국 2시 30분 쯤 도착했다. 프로미스타에서 목적지인 포블라시온까지는 단 3km, 마의 3키로가 디지게 힘들었었찌... 너무 더워서 얼굴이 진짜 씨뻘게져서 도착했다.
밥 먹고 근처 약국에서 이부펜 400mg 알약을 사서 현중이랑 반반 나눠가졌다. 바디랭귀지하며 증상을 설명했더니 약사가 족저근막염인 것 같다고 했는데, 찾아보니 답이 없댄다. 그나마 방법이라면 쉬는 거라고...... 산티아고 갈때까지 만이라도 말짱했으면 좋겠다. 완주하고 싶다.
쿨샤워하고 빨래해서 널어놓고, 나와서 햇볕도 쬐고 들어가서 누워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사 다하고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분다....해가 저렇게 떴는데요..? 널어둔 빨래 어쩌냐며 호다닥 숙소 쪽으로
그때 찍은 사진. 그냥 저 풍경이 뭐랄까, 현실감이 없었다. 잔상처럼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다. 해는 떠있고 구름은 많은데 내리는 빗방울이 햇빛이 비쳐 반짝거렸다.
여튼, 알베르게는 무지 좋았다. 1인실, 게다가 10유로라니. 모포가 베드버그 나오게 생긴 것빼고 이 정도면 뭐, 양호했다. 개인공간이 나눠져 있는게 진짜 좋았다.
구글지도 보니 거의 절반에 왔다. 그렇게 오늘은 28km정도를 걸었고 내일은 16km 까리온 - 17km 그 다음 마을까지 간다. 그렇다보니 내일의 긴 여정을 위하여, 다들 일찍 자러갔다. 오늘보다 더 이른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다.
-이 곳의 샤워는 분명 핫샤워랬는데 겁나 쿨이었다. 등목하는 줄. 더운날이라 그나마 상쾌
- 빨래가 공짜다. 이런 곳에서는 꼭 빨래를 해야 한다
- 저녁은 별로였음
- 주변에 아무것도 없으니 꿀 휴식
- 물집을 구멍내 물을 뺐는데 괜찮을까
- 낼 부터는 밥먹는 돈 좀 아끼고 쪼꼬, 과자, 젤리, 당류 보다는 과일류를 먹어야겠다. 뱃살 어쩔..
- 일기를 꼬박꼬박 쓰자
- 한국가면 타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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