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7 까미노 데 산티아고 17일차 : 칼사딜라 데 라 쿠에사 ~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Bercianos del Real Camino)
걸으며 꽤나 아기자기하다고 생각했던 마을
드디어 레온 지역에 들어간다.
꽤 많은 사람들이 쉬고있는 이 곳은
까미노에서 딱 절반 !
여길 지나면 산티아고까지 이제 반도 안 남은 것
좀 더 걸으니 사아군에 도착했다.
흙길이 끝나고 아스팔트를 걷기 시작하니 또 다시 아파오는 발
사아군에서 머물까 했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도 하고
일단 점심을 먹은 후 조금 쉬다가 더 걷기로 했다.
지은언니가 걱정하던 자격증 합격소식을 듣고 사준 깔리무초
까미노길에서 가장 비싼 깔리무초였다. 언니 미앙.. 하지만 잘마셨어 ㅠㅠ
이건 사족이지만
스페인에서 5유로 6유로 하는 저렴한 음식들은 (파스타든 빠에야든..)
모두 냉동 전자렌지에 뎁혀주는 것들이라는 것을 오늘 알았다.
진님은 사아군에서 좀 더 마을을 둘러보다가 따라가겠다고 하시기에
나랑 현중이, 지은언니는 먼저 출발했다.
그리고 10km의 끝없는 메세타는 지루하고 덥고..
아픈 발목을 이끌고 가까스로 베르시아노스에 도착했다. 마의 3km. 그날 하루 걷는 거리에 상관없이 딱 마을까지 3km 남았을때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다. 이건 마을이 저 멀리 보여도, 보이지 않아도 힘들다. 그러나 오늘은 베르시아노스까지 가는 10km내내 힘들었다. 마을 초입부터 삐그덕 대며 뒤쳐졌고 뼈마디가 아파가지고 알베르게 들어가자마자 가방 내려놓고 주저앉았다.
오늘의 숙소는 무니시팔 (외에 숙소가 없었던듯...)
알베르게도, 저녁식사도 모두 도나티보! 지폐가 100유로 짜리밖에 없어서 있는 동전을 탈탈 냈다.
삐걱거리는 내 관절만큼이나 삐걱거리던 알베르게
내 침대 아래층에는 일본인이 말을 걸었다. 첨에 넘 또라이같아서 처음에 경계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엄청 성격좋은... 도나티보만 공략하는 친구라고.. 근데 이 날 이후로 보질 못했다.
샤워하고 씻고 빨래 널어두고 (근데 날이 흐려서 마르지 않았다,,,) 저녁시간인 8시까지 쉬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기에 다들 저녁을 신청했는지, 시간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 모였다. 여태 보지 못했던 흥넘치는 분위기! 처음엔 이탈리아 애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눈쌀 찌푸리고 있었는데 그것도 편견이었던 것 같다. 사실 좀 반성했다. 한국에서도 여기서도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해왔던 게 아닐까
무튼, 여러나라의 흥이 모인 저녁식사. 호스피딸로 분들의 말을 4개국어로 번역하며 모두가 그 순간을 함께했다. 식사 전 기도를 다같이 '랩'으로 하고, 빠에야를 먹었다. 여지껏 먹었단 빠에야, 순례자메뉴, 숙소저녁 중 제일 입맛에 맞고 맛있었음. 약간 싱거운 김치볶음밥과 갈비같았다. 맛있어서 두그릇 먹음 ㅎㅎ 짱 맛있었음! 감동
그리고 시작된 각국의 노래자랑..! 첫 순서는 이탈리아였다. 너무 잘해서 무슨 찬조공연 온 줄... 이들이 노래를 마치고 나니 꼬레아를 외친다. 진짜 싫곸ㅋㅋ부끄러웠지만 그렇게 다같이 아리랑을 열창하고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본인 국가의 노래를 부르며 함께 즐거워했다. 신기하고, 잊지 못할 기억.
새벽 6시까지 푹 자고, 그 전엔 일어나지 말라며 다같이 약속했다. 내일은 좀 더 늦게 출발해야겠다! 간만에 늦잠자야지.
웬지 비가 올듯 말듯 했는데 오지 않고 덜 더워서 다행인 듯 하던 날
원래 레온까지 3일에 걸쳐 사하군에서 레리고스, 그리고 그 다음날 레온에 들어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었는데, 오늘 10km를 더 걷는 바람에 베르시아노스까지 와버렸다. 정말 발 부셔지는 줄...ㅎㅎ 덕분에 30km 이상을 이틀 연속, 오른쪽 발목이 퉁퉁 부었다.
내일 어떡하지라는 생각 뿐. 일단 약 좀 바르고 쉬고 있는데 내일은 동키 서비스를 이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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