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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7.05.26 까미노 데 산티아고 16일차 : 포블라시온 데 캄포스 ~ 칼사딜라 데 라 쿠에사 Calzadilla de la Cueza, 마의 17km


새벽 4시 40분 출발



오늘도 가야할 길을 안내해주는 노란 화살표​



​도로 옆을 따라 걷는 길

까리온까지 6km, 산티아고까지는 463km 남았단다.



왼쪽을 보면 저렇게 점차 다가오는 낮은 구름이 일자로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보면 맑다​



그 낮은 구름은 서서히 다가오며 하늘을 어둡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장관이었다. 구름이 머리 위를 지나갈 때는 정말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었는데, 혹시나 비가 와 쫄딱 젖을까 겁이나 허겁지겁 판초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이 까리온이다.


신발 벗고 아픈 발도 풀어주고  몸을 녹여줄 코코아와 크로와상을 아침으로 먹었다. 이제 17km 동안 마을이 없으니 가다가 먹을 빵도 하나 더 사서 가방에 넣었다. 이미 그렇게 16km를 걸었는데 17km 더 걸어야 한다니요 ㅎ 그리고 마의 17km는 사진이 없다. 쉴 수 있는 벤치가 딱 2곳뿐이라는 이 구간은 사진 찍을 정신도 없고 욘나리 그냥 리얼루다가 미친듯이 힘들었기 때문이당 중간에 푸드트럭이 하나 있던데 우리 갔을때는 장사 끝나서 접고 있더라.. 끝이 보이지 않는 평지, 그 와중에 비오고 맞바람 맞으며 걷는 것도, 끝까지 거슬렸던 새끼발가락의 그 작은 물집도 발목에 무리가 가고 있다는게 느껴지는데도 멈출 수 없었기에 너무너무 괴로웠다. 



칼사딜라 도착... 빠르게 샤워하고 빨래 널어두고 잤다.

2층 침대 내 자리 위 천장에 창문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 사이로 들어오는 태양빛 아래 머리를 두고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쓴 일기



왔다. 못 올줄 알았는데 33km를 걸었다. 까리온까지 16km, 그 마저도 중간에 연 bar가 없어서 까리온에서 아침 먹는거 아냐? 했던 말이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죽음의 17km..울 뻔

오래걸을 것을 생각해 최대한 더위를 피해보려 새벽 4시 40분에 출발, 9시간이 지난 오후 1시 40분에 칼자디야 무니시팔에 도착했다.

일기를 쓰는 지금은 이제 곧 밤 8시인데 여전히 피곤하다. 내일이면 sahagun에서 자거나 지나칠텐데 드디어 절반을 왔다. 시간은 참 잘간다.

오늘 그 17km구간은  흐리고 비가 왔기에 그나마 나았지만 땡볕이었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했을 것 같다. 넘나 아무것도 없고.. 

까미노에서 마을과 마을 사이가 가장 긴 구간이 여기란다 .

바람때문에 좀 힘들었지만 일단 오긴 했으니 다행이다.

30km 이상은 걷기가 넘 힘들다..


어머님이 빌려주신 헤드랜턴을 오늘 처음 썼다.

사실 핸드폰 후레시가 더 밝아서 당황했지만 새벽 4시에 나오니 동이 틀 때까지 떠 있는 별이 예쁘긴 하더라

오늘은 뭔가 아침점심저녁 다 부실하게 먹은 것 같다. 군것질을 줄이고 싶은데 거의 살기위해 먹는 수준이라 자제가 안됀다. 힘드ㅓㄹㅇ

(뚜껑보고 미트볼 덮밥인줄 알고 자판기에서 뽑았는데 햇반처럼 밥만 들어있어서 밥만 먹었다ㅋ당황쓰)

그래도 벌써 16일차라니 소름

한국가는 비행기 탈 때 기분이 엄청 묘할 것 같다. 확실히 우리가 가는 루트엔 아는 사람도, 그냥 사람 자체도 별로 없다.

칼자디야도 꽤나 작은 동네다.

이곳은 정말 도착 1km 전 까지도 마을이 보이지 않아서 절망스러웠는데(?) 사람이 길 끝에서 사라지는 거 보고 울뻔

무튼 오늘은 ... 아 정말 힘든 하루였다.


- 슈퍼에서 바늘 & 실 사기

- 적당히 먹기

- 초코렛도 적당히! 과일먹기

- 레온에서 편지 부칠 것 준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