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31 까미노 데 산티아고 21일차 :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Hospital de Órbigo) ~ 폰세바돈(Foncebadon), 가장 높은 마을로
오늘의 여행일기는 결론부터 적어보자면 40km 이상을 걸어보고 싶기도 하고 아재들을 좀 더 쫓아가고 싶기도 하고 하루를 줄여보고 싶기도 해서 도전 했으며 오르비고에서 폰세바돈까지 무려 10유로를 주고 동키를 했고(동키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굳게 다짐), 지은 언니와 나는 수만번 자기합리화를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걸었다. 총 41km, 목표시간은 3시.
그렇게 12시간 걸렸다 ^^;;... 새벽 6시에 출발했는데 폰세바돈 도착하고 보니 저녁 6시였고 진심 엉엉울뻔
넘 힘들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 날의 일기를 시작해 보겠음
전화로 신청하면서 폰세바돈까지 보낸다고 했더니 거리가 길어 10유로를 넣으라고 했다. 거의 두배 요금이었지만 언니랑 둘이 고민하다가 필요한 것들만 챙겨놓고 폰세바돈까지 보내기로 했다. 그럼 어떻게든 가겠지 싶은 맘도 있었다 ㅋㅋㅋㅋ
아직은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지은언니랑 한참을 떠들면서 걸었다.
말하면서 걸으면 더 힘들어서 우리 한 10분만 이따가 다시 얘기하자고 서로 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었는뎈ㅋㅋ
오늘 길에서 처음 만난 마을은 비야레스 데 오르비고! 우리는 그 다음 마을에서 아침을 먹었다. 사진은 없지만, 오렌지 주스 한잔과 진짜 기름에 쩔어서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 하몽 샌드위치를 먹었다 심지어 남김ㅡㅡ 돈 아까워 죽는줄
우리가 먼저 들어와 먹고 있을때 한국인 남자 한 분이 들어오셨는데 그분이 바로 나이키 아저씨였다. 나이키 아저씨에 대해 사족을 달자면 사실 16일차 칼사딜라에서 알베르게 들어가다가 나이키 쫄쫄이 입으신 모습으로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그 분은 나이키 아저씨가 되었다. 나중에 얘기 나눴을 때도 그냥 아저씨라고 부르세요 ㅋㅋㅋ라고 하셔서 아저씨라고 부르긴 하지만 운동 좋아하는 30대로 보이는 남성분 . .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여튼, 왠지 반가워 여기 앉으세요 ! 이러고 합석해서는 샌드위치는 진짜 맛없으니까 시키지 마시라고 미리 말씀드렸다. 그때 스치듯 보고 얘기는 처음 나눠봤던 날이었고 나이키 아저씨 다 드시고 먼저 출발하신다고 일어나실때까지 우리는 쉬고 있었다 . .
걷고 또 걷는다.
흙이 다른건지 전에 걸어왔던 길보다는 훨씬 길이 붉어보인다. 햇빛에 눈이 부실 일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언덕인지 작은 산이었던건지 하나를 넘고나니 아스트로가 까지 10km
그리고 6km 전에 세워진 도나티브를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뒤이어 지은 언니랑 현중이도 왔는데 다연이 니 또 쉬고 있냐면섴ㅋㅋㅋㅋㅋㅋㅋㅋ둘 다 하나씩 집어들고 먹으면서 같이 쉼
하트 세요도 넘 귀여웠고 수박도 꿀맛이었당
아스트로가 초입!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순례자 동상을 지나
구불구불한 초록색 육교를 건너
아스트로가 도착
점심을 먹고 갈까 했지만 마땅히 먹을 데가 없었고, 갈 길이 멀다보니 산타마리아 성당에서 세요만 찍고 빠르게 넘어갔다. 그래도 아쉬우니 노란 화살표 따라 걷는 동안 최대한 여기저기 눈에 담아두려고 했다.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까미노를 다시 가게 된다면 꼭 한번 끊어 머물고 싶은 마을이었다.
부엔 까미노
아스트로가 다음 마을인 Murias de Rechivaldo에서 점심을 먹었다. 도시에서 빠져 나오고 좀 걷다보니 메세타 수준의 그늘없는 직선길이 나와서 뙤약볕에 한참 덥고 지친 상태였다. 카페 콘레체랑 피자바게트 시켰는데 진짜 맛있었다 ㅠㅠㅠ 아침에 먹은 샌드위치랑은 정말 비교조차 하면 안됨 바게트한테 사과해야할 일임
먹고 있는데 뒤이어 지은언니가 체코사람이랑 같이 와가지고 합석했다. 언니도 아직 끼니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라 피자바게트를 추천했다. 먹고 있는데 현중이가 지나갔다. 너 정말 빠르구나 . . 여튼 구글맵스로 찾아보니 폰세바돈까지는 네다섯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도착했을 때 숙소가 없으면 안되니 미리 예약을 하고 가기로 했다. 언니의 전화로 알베르게 종이에 적혀있는 곳 중 하나씩 전화하는데 우리 가방 보냈던 알베르게는 풀부킹, 두번째는 전화가 안 됨 . . . . . 멘붕 . . 근데 어찌어찌 통화가 되고 체코아저씨가 도와줘서 가까스로 예약할 수 있었다. 아찔했다 . .
제주도에 돌담이 많듯 이곳은 고도가 높아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돌로 세워진 담벼락이 많았다.
무리아스를 지나 본격적으로 후반부에 지나게 되는 2개의 산 중 첫번째 산을 오르는 길. 피레네 산맥처럼 경사가 가파른 것도 아니었고 바람이 좀 불긴 했지만 산을 오르는 길 자체가 힘들지는 않았다. 그냥 오래 걸어서 힘들었을 뿐ㅎ 경치를 둘러보니 산은 산인지라 점점 고도가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현중이가 먼저 도착해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는 마을 엘간소에서 잠시 쉬다가 출발하려는데 먹구름이 계속 끼더니 비가 한 두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꽤나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는 라바날까지 계속 됐다. 아까 그 뙤약볕 모였냐고 . .쒸익. . . 날씨 . . 당신 모야 . . .우비를 챙겨서 정말 다행이지 넘 힘들어서 지은언니랑 서로 초코바 나눠먹으며 간신히 걸었다. 걷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안보이는데 날은 흐리고 비는 계속 오고 신발은 다 젖고 꺄르륵 그리고 라바날을 몇키로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숲길을 지나는데 큰 개 두마리가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봐서 지나가는데 너무 무서웠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달려들까바 등산스틱 꽉 잡음
비가 좀 들오기 시작할 때 폰카로 찍은 라바날 초입
오후 4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우리의 목적지 폰세바돈까지 5km 남겨둔 마을 라바날에서 바로 출발하기엔 너무 지친 상태여서 거의 마을 끝자락에 있던 식당에 들어갔다. 지은언니랑 둘이 피자하고 깔리무초 한 잔씩 시켜서 마시고 그 힘으로 폰세바돈까지
ㅎㅎ날씨 맑아진 거 보소 . . 더워짐
덕분에 젖은 옷이 다 마르긴 했지만
그렇게 저녁 6시 넘겨 도착한 폰세바돈ㅠㅠ
따흐흑,,
동키 보냈던 가방 찾아서 체크인하고, 샤워하고 간단히 빨래해서 널어둔 후에 나와서 저녁으로 빠에야 사먹었닼ㅋㅋㅋㅋㅋ
작은 슈퍼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근데 이와중에 또 비 와서 빨래 후다닥 걷어옴 . .
-핸드폰으로 적었던 기록-
현중이는 엘 간소에, 나랑 지은언니는 오늘 폰세바돈에, 진곤님은 폰페라다에 있다구 한다.
오늘 그 41km를 걸으면서 고독의 길 비 뙤양볕 산 도로 흙길 숲 자갈길 바위길 개 두마리 ㄷㄷ 산전수전 다겪으며 왔던 것 같다.
오늘만 해도 까미노 800km에서 걷게될 길과 날씨는 다 경험한 듯..^^ㅎ.,,
쨋든, 그렇게 12시간 끝에 폰세바돈에 도착했다.
폰세바돈에 그래도 아는 얼굴이 있을까 했는데
모르는 이 천지다.
폰페라다가면 엄청 큰 공립 알베르게가 있다는데 좀 만나려나 ? 싶은데
아침에 만났던 나이키 아저씨는 또 볼 것 같긴하다 ㅋㅋ
무튼 오늘은 씻고 빨래하고 쉬다 나오니 8시.. 빨래 널어놨는데 또 비가오질 않나 ㅠ_ㅠ 내일 안마를까 걱정이당
오늘은 뭔가 넘 길게 걸어서 그런가 암 생각이
없당
내일은 철의 십자가를 보는 날
- 중간에 지나친 아스트로가는 초콜릿이 유명하다고 한다.
- 우비 챙기길 잘했다!
- 알베르게는 좋은데 방이 너무 습습하고 눅눅 아줌마들 시끄러움 매트리스는 좋았다..
- 새벽에 일어나 별보기
- 저녁으로 사먹은 몬테 이라고 빠에야는 맛있었음
- 현금인출해야함 일단 300유로
- 6/10에 산티아고 도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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