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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7.05.30  까미노 데 산티아고 20일차 :  레온(León) ~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Hospital de Órbigo)


이제 정말 까미노의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컨디션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속도를 조금씩 내볼까 싶어 오늘은 30km를 넘겨 오르비고까지 가기로 했다. 사실 6시 전에 준비를 다 마치긴 했지만, 순례자의 안전을 위해 새벽 6시까지 대문을 잠가두기 때문에 바로 출발할 수 없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입구 옆 벤치에 앉아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바나나 까먹고 기다리는데 드디어 6시! 문이 열렸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새벽의 레온 대성당. 지은언니는 성당을 따라 한바퀴 돌고 따라갈테니 먼저 가라고 했다.



​산티아고의 북쪽길인 오비에도로 가는 화살표와 프랑스길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화살표가 보인다.



나는 산티아고로!


한참을 걸은 후에야 도시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만난 언덕길을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머물렀던 레온이 한눈에 보인다. 그 많던 구름이 다 사라지고 남은 구름 사이로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슬슬 지쳐갈 참에 나타난 휴식처... 뒤에 오던 지은언니도 여기서 만났다. 운좋게 안쪽자리 앉아 쉬면서 커피랑 뭐 먹었는데 . . . 모먹었는지 기억이 안나네 . . . 무튼 먹을거 사고 화장실도 가고 여기서 째끄만 샴푸도 샀다. 


지나치는 작은 마을이 많았던 날

그리고 갈림길을 만나서 한참 고민하다가 오리지널 길이라고 써있길래 직진 했는데 

다른사람 여행기 찾아보는데 길들이 왜래케 생소하죠...????



쉬면서 찍고.. 식당 들어가서 밥먹고...



쨌든 그렇게 걷다가 만난 작은 숲길



소도 찍어보고...​



5월의 끝자락이니 만큼 처음 걸을때 보다는 확실히 더워진 게 느껴졌다. 오늘은 특히나 눅눅하게 덥기도 했고, 온실 안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오르비고 전 마을인 산 마르틴 델 카미노에서 가방 내려놓고 신발 양말 벗고 햇볕에 발 말리면서 언니랑 맥주 마셨다 ㅋㅋㅋㅋㅋㅋ 그 옆 알베르게에서 사람들이 빨래 널고 쉬는 걸 보니 당장이라도 가방을 풀고 싶었다 . .  3km 더 걸어야 하는데 대책 없음 ㅎㅎ

쉬는데 크렉이 지나가길래 불러서 인사했더니 우리 쪽으로 왔다. 간만에 셋이 이야기도 하고 ㅠㅠㅠ 크렉이 예쁜 모자 쓰고 있길래 샀냐고 물어봤더니 걷다 만난 친구가 줬다고 했다. 크렉도 오르비고까지 간다는데 알베르게 추천해줘서 우리도 글루 가기로 하고 좀 더 쉬다가 크렉 먼저 간다그래서 마을에서 보자며 보내줬다.

맨날 일기에 힘들다고 쓰는 것 같지만 걷는게 익숙해지는 것이지 힘든 것은 매일이 새롭다 이거에오



드뎌 오르비고 도착​ ㅠㅠ 느릿느릿 걷다 쉬다 했더니 3시 반이 넘어서야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 초입을 지나 스페인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중세 다리인 '오르비고 다리'를 만날 수 있다. 20개의 아치가 있는 이 다리는 13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명예의 통행로'라고 불리기도 하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도 영감을 준 곳이기도 하다. 



물론, 걸을땐 다리가 얼마나 유서깊은 다리인지는 전혀 몰랐다. 아래로 흐르는 오르비고 강과 다리를 따라 걸으며 마을로 들어갈 때 본 풍경들이 너무 예뻐서 "와 멋지다"를 남발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해리포터 그리핀도르가 떠오르는 깃발들..어디서 퀴디치 하고 있을 것 같은.. 그런..(ㅎ) 우리가 갔을 땐 마을이 되게 조용했는데, 며칠 후 예지언니네 일행은 마을에서 축제가 열려 북적북적 했다고 하더라. 매년 6월에 중세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고건가 싶기도..




사설 알베르게가 몇 있었지만 우리는 이 오래된 알베르게에 들어왔다. 크렉이 추천해준 곳이기도 하고 5유로로 저렴한,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였다. 무니시팔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서 생장에서 받았던 알베르게 종이를 다시 찾아보니 parols Karl Leisner이라고 써있는 곳인 듯 하다. 도착해서 리셉션 옆 벤치에 철푸덕 앉으니 호스피딸로께서 시원한 물 한잔씩 따라 주셨다. 작은 친절에 감사했다. 저녁 몇시에 무슨 프로그램을 한다고 참석할래? 하셨지만 오늘 너모 피곤해서 불참한다고 했다. 배정 받은 방에 가서 짐을 풀고 샤워한다음 빨래해서 뒷 마당에 널어뒀다. 

어차피 시에스타라 연 곳도 없어서 방에서 쉬다가 시에스타가 끝날 무렵 언니랑 나갔다. 사람이 별로 없는 거리의 벤치에 가만히 앉아 햇빛 쬐고 있다가..ㅋㅋㅋㅋ  먼저 도착해서 다른 알베르게에 묵게 된 현중이 불러서 저녁 먹으러 식당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려던 식당이 저녁 8시는 되야 연다고 해서 그냥 슈퍼에서 재료사서 만들어먹기로!


사실 이렇게 우리끼리 제대로 저녁을 만들어먹는 건 걸은지 벌써 20일차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이었다. 푸실리 면, 피망, 소스만 때려넣고 만든 파스타 . . 미주라 토스트가 떠오르는 1유로 짜리 (혜자) 비스킷 . .  그리고 후식 겸 넘 저렴하게 산 체리 . .  와인이랑 콜라도 사서 깔리무초도 만들어 마셨다! 이때 돈도 별로 안썼는데 되게 잘 먹어서 와 우리 이제 만들어먹자 했는데 그뒤로 1번도 안해먹음


셋이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현중이 자러가고 우리도 빨래 걷어서 들어왔다. 중간에 비 살짝와서 제대로 안마름..ㅋ ㅠ흑흑

그리고 이날 언니가 저녁에 짐 정리하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내 아래 침대 쓰던 나이 좀 있어 보이셨던 외국인 아줌마가 조용히 좀 하라며 눈치줘서 지은언니 시무룩해하던 차 그걸 치켜보던 외국인 아저씨가 ㅋㅋㅋㅋ 표정 이상하케 지으면서 지금이 몇신데 저 아줌마가 좀 이상한거라고 했던게 생각난다

간만에 꽁지머리 만나서 인사도 했었지..!!!!


두구두구두구 내일은...지은언니와 폰세바돈까지 가기로 했다

앞서간 사람들 속도를 따라잡고 싶은 맘도 있었고, 까미노를 걸으면서 40km가 넘는 거리를 한번쯤 걸어보고 싶기도 했던 맘이 커서다.

그리고 밤이 되면 쏟아질듯 많은 별을 볼 수 있다는 폰세바돈에서 묵고 싶기도 했다. 

갈 수 있겠지 ?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 사족 -

폰에도 안쓰고 일기장에도 안쓴 날이라 남들 여행기나 내가 찍은 사진보고 추리하고 회상하느라 ㅎ힘들었다.. 쓰는데도 겁나 오래걸림..ㅋ

제발 생각나줘 . . . . 너무 궁그매. . .따흐윽. . . 이래서 기록은 바로 바로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