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page 31

류류



서울문화재단 포럼 

서울을 바꾸는 예술 : 문화기획자의 지역생존​ >


/


 한 2주 전쯤 페이스북에서 홍보하는 걸 보고 알았다. 서울의 곳곳에서 문화예술로 시작하는 작은 변화를 꿈꾸는 12팀의 발표. 딱히 내가 문화콘텐츠를 전공하고 있다고 해서 나의 미래는 무조건 문화기획자! 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던가 문화예술에 대하여 피끓는 열망을 가지고 있어서 신청한 것은 아니었다. '엇, 재미있는 걸 하는 구나.' 단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 하나 남은 연차를 썼다.



 포럼은 서울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2시부터 6시 반까지 4시간 30분이라는 꽤나 긴 시간동안 진행되었다. ​​1시 반부터 입장이라고 하기에 그때쯤 맞춰갔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현장등록을 하는 사람도 많았고 나중엔 자리가 모자라서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도 꽤나 있었다.



 사전등록 선물로 받은 에코백과 자료집! 특히나 자료집에는 12팀과 각 섹션의 발문을 맡으신 분들의 이야기와 오늘 포럼의 발표자료까지 담겨있는데 두고 곱씹어보기 좋을 것 같다. 완전 고퀄 (생각해보니 서울문화재단에서 이 포럼을 준비하면서 12팀을 일일히 찾아가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하던데, 그 결과물이 이 자료집인 듯 하다.)


 서울문화재단의 대표이사 주철환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12팀의 발표가 이어졌다. 청년, 상업, 마을, 도시공간이라는 4가지 세션, 각 세션의 발표를 어우르는 발문과 세팀의 발표, 그리고 Q&A를 받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청년 / 성북신나, 동네형들, '   '(작은 따옴표)

상업 / 설재우, 청년장사꾼, 9Road

마을 / 아트브릿지, 플러스마이너스1도씨, 예술수색단

도시공간 / 공공공간, 옥상낙원 DRP, 축제행성


 오늘 발표를 한 사람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다. 생각하는 대로 뚝딱 결과물을 냈다기 보다는 오랜 고민이 있었고,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또한 현재진행형인 듯 하다.) 그리고 서울, 동시에 각각의 현장이 가진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 문화예술이 있었다.

 특히 상업세션에서 설재우님의 발표가 기억에 남는다. 서촌에 놀러갔을 때 옥인오락실을 보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는 장소였구나. 먼저 서촌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흔히 '뜬다'라는 장소들은 피할 길 없이 겪고 있는 문제였다. 사람들이 좀 모인다 싶으면 더 많은 상권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 종류가 예술가이든, 장사꾼이든 만들어진 상권은 점점 더 커진다. 그리고 오랜기간 그 장소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은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로 지치고, 커진 상권으로 인해 본인의 자리를 내주어야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주민에서 주인으로.' 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이 이야기가, 더욱이 사람들을 이 장소로 이끌게 만들기 보다는 본질적으로 오랜시간 지역에서 살며 머물러왔던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 인상깊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잘 이루어지지 못했던 일들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없어지는 것들에 대하여 '아쉽다.'라며 그저 당연하게 생각해왔을까. 왜 살려볼 생각은 못했을까? 지역에 들어와서 문화든, 예술이든, 상업활동이든 그 방향이 지역문화를 소중하고 가치있게 여길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


 내가 포럼을 많이 가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오래 세미나&포럼을 하면 보통 중간에 많이 나가곤 한다. 그런데 늦은 시간까지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건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오늘의 이야기들이 좀 더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머물다 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듦. 나는 약속이 있어 세션3까지 듣고 나와서 도시공간 세션은 아예 듣지 못해 아쉬운데, 서울문화재단 자체에서 라이브 방송을 해준 게 있어 돌려보려고 한다. 일단 오늘 들은 것들은 기록해두고 자고 싶어서 적는 중! 알찬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