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1 에필로그 1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네그레이라(Negreira), 다시 걷는 길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피스테라, 무시아까지는 항상 바이 부스!(by bus)를 외쳤던 나는 결국 또 걷기 시작했다. 잠을 그렇게 설치고 6시 반에 일어나 짐을 싼 뒤 진님 우리언니 현중이에게 한국에서 보자며 인사를 하고 지은언니한테도 먼저 간다고 인사한 뒤 일단 나오니 7시 9분,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8km 정도 걷고나니 바가 나왔고 여느때와 같이 카페 콘레체와 빵으로 아침을 떼우는데 어찌나 오만 생각이 다 드는지, 그리고 중간에 예상치못한 오르막때문에 얼굴이 터질 것 같았던 것도... 사람도 없고 길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쉽지 않다.
지금은 네그레이라라는 마을에 와 있다. 나보다 늦게 출발했던 지은언니도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아껴둔 신라면과 햇반을 언니랑 나눠먹었다. 저녁으로는 큰 마트가 3개나 있는데 일요일이라 다 닫는 바람에 주유소에 낑겨있는 마트가서 씨리얼이랑 우유, 과일, 빵하고 잼 등을 사다가 먹었다. 숙소도 나름 좋았다. 낮잠도 엄청 잤다.
22km, 다른 날이었으면 나름 거뜬히 갔을 거리가 오늘따라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다. 발도 아프고 물집도 생길 것만 같았다. 난 왜 다시 걷고있지? 지은언니랑 얘기해보니 우리 모두 비슷한 생각으로 걸었던 것 같다. 까미노에서 앞서든 뒤따라오든 함께 걷던 사람들이 각자 일정에 따라 본래 자리로 돌아갔고, 피스테라 무시아까지 물론 걷는 사람도 있지만 그 분위기는 정말 다르다. 근데 버스를 탈 생각은 죽어도 없는게 얼른 무시아까지 가서 나의 까미노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걸었던 것 같다.
오늘이 다시 1일차니까, 3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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