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2 까미노 데 산티아고 2일차 : 론세스바예스 ~ 수비리(Zubiri)
어제 비가 온 탓인지 꽤나 쌀쌀했다. 땀 흘릴 것 생각해서 그냥 나왔다가 챙겨둔 가디건을 주섬주섬 꺼내입고 다시 출발했다. 혼자 걸었던 어제와 달리 크렉과 우리언니와 함께 걷기 시작했고, 아침은 지나치는 마을에 열린 바가 있으면 들어가 사먹기로 했다. 걷는 중에 진곤님도 만났는데 만나서 같이 걷다가, 떨어져서 걷다가를 반복했다. 구석구석 사진을 찍으셔야했기 때문이었당. 그리고 오늘은 생장에서 나눠준 종이에는 둘쨋날에 라라소냐까지 25km를 가라고 나와있지만 보통 3일째에 팜플로냐에 들어간다고 하여 21km지점인 수비리에서 끊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Z 발음 때문에 주비리라고 읽지만, 수비리가 맞다고 한다. 팜플로냐주민피셜임ㅎ)
크렉과 우리언니 뒤를 따라~ 동이 트면서 주변이 점점 밝아졌다.
만나는 마을이 많으니까 그 중 한군데는 있겠지 하며 처음 만난 바를 지나쳤는데 그 이후로 정말 없어서.. 좀 걸어야 했다. 그래도 날씨도 맑고, 아침 햇살 받으며 걸으니 금새 따뜻해졌다. 이름도 생각나지 않지만 작고 조용하던 마을. 난 이 마을에서 쪼금 안좋은 기억이 있었지만 같이 걷던 사람들 덕에 훌훌 털었다. 그 아줌마 잊지모태..쓰바씨바
까미노를 다 걸은 후에 알았지만, 초반에 걷던 길들이 기억에 남는 건 선선하고 쾌청하던 날씨와 비교적 걷기 좋은 숲길이었고,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걱정과 설렘을 갖고 걸었던 길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크렉과 우리언니, 뒤에 쭈구려 사진찍는 사람은 진님.
앞서 걷고있는 순례자들도 보인다.
보통 동행을 기다려주고 그 페이스를 맞춰주는 일은 쉽지 않기에 대부분 각자 페이스대로 걷는데, 돌아보니 우리언니와 크렉은 없고 한창 힘들어서 오아시스가 나타나길 너무나 기다렸더랬다. 딱 고개 넘으니 등장한 트럭 ㅠㅠ 진님을 만나 잠시 앉아 쉬면서 오렌지쥬스를 원샷했다. 꿀맛같은 휴식이었다. 그리고 이 푸드트럭 스탬프가 진짜 세상 제일 이뿐거라 그 뒤에 만나는 사람들한테 자랑 많이 했다.^^7
언니랑 크렉을 만나 다시 출발! 나중에 알고보니, 언니의 발 상태가 너무 안좋아져서 많이 뒤쳐진 것이었다. 같이 계속 걸을 수 있을지 걱정하던 날.
그리고 드ㅡ디어 수비리 도착!
오늘 머물기로 한 Zaldiko 알베르게, 가격은 10유로였다. 무슨 알베르게가 시설이 좋고, 가격이 적당하고 그런 정보를 알음알음 알았지만 좋다는 알베르게가 비싼 편이어서 고민하다가 이 알베르게를 우연히 들어갔는데 또래처럼 보이는 한국 여자분이 혼자 체크인을 하고 있었고 그게 바로 지은언니였다❤️ 언니는 부산에서 왔고, 언니가 초면에 나보고 혼자서 씩씩하게 잘 해낼 스타일일 것 같다고 해준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엄마'라 불리시는 70세 어머님까지 6명이서 한 방을 쓰게 되었다. 호스피딸로 분도 빠마머리의 아줌마인데 엄청 유쾌하시고 또 친절하셔서 늠늠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늦어질까봐 씻지도 않고 밥먹을러 갔는데도 이것저것 하다보니 늦었다. 마을을 둘러보니 식당이 두 곳이 있었는데 사람 좀 덜하고 한갓져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거진 3시에 먹은 듯. 그로나 맛은 없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슈퍼 다녀오는 길에 소나기를 만나고(..) 런던에서도 느꼈지만 저녁 8시는 넘어야 해가 지기 시작하니 영 밤 같지가 않다. 다이어리도 쓰고, 파스도 바르고 발도 주무르다가 앞으로 어떻게 걸을지 계획도 세워보고. 조용하게, 그리고 뭔가 여유롭게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모두 모여 슈퍼에서 사온 과일이랑 맥주 와인 등 같이 마시면서 밤 늦게까지 떠들거리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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