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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7.05.13 까미노 데 산티아고 3일차 : 수비리 ~ 팜플로나 (Pamplona)


까미노를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 수비리에서 팜플로냐까지 가는 날이다. 슬슬 점심 전후로 햇볕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도 그렇고, 빨리 도착하면 그만큼 빰쁠로냐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좀 더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시각, 조용히 짐을 싸고 나와 걷기 시작했다. 진님이 출발하기 전 우리가 묵었던 숙소 앞에서 다같이 사진도 찍어주셨었는데. (이때 찍은 사진들은 훗날 한국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메모리카드 문제로 다 날리셨다고 한다..ㅠ) 한국에서 운동이란 1도 안하고 왔는데도 아직까지 물집도 안 잡히고 성큼성큼 잘 걷는 걸 보면 아직 젊은(?) 체력 때문일까, 물론 이건 걷기 시작한지 한시간 째에 도로 바뀌는 생각이지만.


수비리에서 1시간 정도 걷다보면 라라소냐를 만날 수 있다. 원래 여기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는데 근데 이게 웬걸... 열린 바가 하나도 없어 각자 배낭에 가지고있던 군것질거리를 노나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땅을 적실만큼 쏟아졌다. 



조금씩 내리기에 금방 지나갈 소나기겠지 생각했는데 꽤나 많은 비가 쏟아졌다. 각자​ 가지고 있던 판초우의와 우비를 입고 걷다보니 빗줄기가 어느새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걷히기 시작하는 구름.



같이 걷기 시작한 지은언니 'ㅅ'

걷기 딱 좋은 날씨다.



그렇게 걷다 드디어 만난 바르ㅡㅠㅠㅠ 사진이 없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숲길 끝에 다리지나 위치한 곳이다. 내가 시킨건 시금치 또르띠아! 

이 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꼭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국토대장정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아스팔트길이라 발이 아파오기 시작했당. 또르륵..



이 사진 뭔가 잘나와서 나중에 크렉한테 보내줬당ㅋ_ㅋ​


어제부터 컨디션이 안좋았던 우리언니의 발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크렉과 함께 뒤처졌고, 진님은 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사진을 찍으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랑 지은언니랑 둘이 걷게 되었다. 언니랑 나는 또래인데다가 한 명은 막학기를 앞둔 휴학생, 한명은 취업 준비생이며 (따흐윽,,) 이야기하다보니 언니랑 나랑 비슷한 부분도 많고 무엇보다 어제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편했다. 


이 뒤로 힘들었는지 사진이 없다... 오늘 걷는 길의 고도를 보니 전과 같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진짜 피레네 산맥도 넘었겠다 이정도쯤이야ㅋ 처음에는 나름 무난한 코스라고 생각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힘들어졌다. 큰 도로를 지나 언덕 언저리를 따라 걷다보면 저 멀리 목적지인 팜플로냐가 보이는데, 한참을 걸어도 닿지 않는 거리에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게다가 도시 초입부터 중심에 위치한 팜플로냐 구시가지까지 들어가는데 길이 온통 아스팔트라 더더욱. 힘들어서 중간에 버스정류장에 앉아 잠시 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버스를 보며 멍 때리다 걷곤 했다.


드뎌 팜플로냐 구시가지 입구에 도착! 엉엉..



Jesus y Maria 알베르게. 표지판 따라 찾아가는데 골목이 많아 조금 헤맸지만, 도착하고 시간을 보니 12시 30분이었다. 택시타고 들어온 우리언니와 뒤이어 크렉이, 그리고 진님도 금방 도착하셨다. 나는 29번 베드를 받았는데 일찍 출발한 덕이었을까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듯 느껴졌당. 오늘 묵는 알베르게는 공립으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최근에 리모델링 했다고 들은 듯. 시설도 괜찮았다. 사람이 하도 많아서 세탁기 기다리다가 결국 손빨래하긴 했지만(..) 늦게해서 빨래 널 자리도 없고 마르지도 않았다 ㅠㅠ 앞으로 놀기전에 먼저 빨래부터 하자.



나는 2층을 선호한다



구조가 넘나 신기



 곧 있으면 시에스타라 짐정리만 하고 바로 끼니를 해결하러 거리로 나왔다. 팜플로냐는 산 페르민 (소몰이) 축제로 유명한 도시다. 대학교 수업에서 유럽의 축제들에 대해 배웠었는데, 내가 그 도시에 와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웠다. 물론 축제는 매년 7월에 열려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마침 토요일인 1년에 한번 열린다는 철인 3종경기가 있는 날이라 거리가 사람들로 복작복작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현지음식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비싸서 한개만먹음ㅋ)



점심을 먹고 들어가 각자 쉬다가 시에스타가 끝난 후  저녁을 위해 디아에서 장을 보고, 지은언니랑 나랑 낮에 봐뒀던 젤라또 집에 들러 하나씩 사 먹었다. 맛있다 (ㅠㅠ) 그리고 오늘 저녁은 크렉이 지가 직접 해주겠다며 파스타를 해줬는데 솔직히 말하면 맛은..ㅋ 그치만 세상 맛있는 표정으로 먹음ㅋㅋㅋㅋ 크렉이 비건이다 보니 함께 식사하는데도 제한이 있었다. 아주 싱겁고 건강한 맛이었다. . . . 근데 나중에 진님이 라면 끓여주니까 겁나 잘먹는다. 뭐냐 느그.. 심지어 뭐 들어가는 음식이라고 설명도 해줌. 어제 함께 묵었던 어머님이 주신 와인까지!

산타마리아 성당에도 다녀왔다. 날이 밝지만 저녁 8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미사를 드리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같이 찍은 사진! 다들 보고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