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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7.05.15 까미노 데 산티아고 5일차 : 푸엔테 라 레이나 ~ 에스떼야(Estella)


 자두 2알과 물 1병, 익숙해지는듯 하면서도 익숙해지지 않는 걷기. 하루하루가 다르게 아픈 곳은 늘어가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는 아직 잘 버텨주고 있는 듯 해서 다행이다. 아, 스트레칭 해줘야하는데 또 까먹었다.



역시나 마르지않은 빨래를 걷어 세탁기 돌릴 작정으로 한 곳에서 모아 가방에 넣고 레깅스만 따로 가방에 널었다.

언니랑 걸으면서 서로 왜 이 길을 걷고자 했는지에 대해 얘기도 하고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나와 조금 걷다보면 약간 뜬금없게 느껴질만큼 가파른 오르막이 나온다. 힘들어가지고 언니랑 그 오르막 가생이에 주저앉아 주전부리를 까먹었는데 지은언니가 찍어준 사진!ㅋㅋ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바지만 입고 걸었던 날이었는데, 하필 또 풀숲떼기 지나는 길들이 많았고 스페인 햇빛이 얼마나 강렬한지 알기 때무네.. 그 뒤로 꼭 꼭 입었다


유명한 로르카 호세라몬의 알베르게에서 밥을 먹었다. 진짜 감사하게도 그 짧은 시간에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갓 나온 또르띠야와 바게트 한 조각, 미지근했던 오렌지 쥬스까지.. 마른 레깅스를 다시 입고 잠깐의 휴식을 뒤로한 채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에스떼야도 꽤나 큰 동네였다. 근데 걸어도 걸어도 마을은 보이지 않고 특히 더워서 지치는 날이었다. 무니시팔에 도착해보니 진님도 요리사오빠도 뭣모르고 반팔 반바지로 걸었던 사람들은 팔이 새빨갛게 익었더랬다. 

그래도 오늘은 6시 반에 출발한 덕에 12시 30분쯤 에스테야에 도착해 쉬고, 빨래도 해서 널었더니 딱 잘 말랐다. 하루가 유난히 긴 느낌이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과일가게에서 몇몇 과일과 물을 사고 무니시팔 부엌에 앉아 잠시 쉬었다.



예지언니 일행이랑 같이 저녁을 해먹게 되었는데 한 사람당 2.5유로 정도로 제육볶음, 쌀밥에 누룽지까지! 완벽한 식사였다. 내 몸상태가 좀 걱정일뿐..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 힘든 와중에 저녁먹고 혼자 데카트론에도 다녀왔다. 무거운 가디건 버리고 좀 가벼운 후리스 같은 걸 사려고 했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못샀지만(..) 예지언니랑 오빠들이랑 와인 같이 마시자고 했는데 잠시 앉아있다가 약도 먹고 힘들어서 쉬겠다고 했다. 



처음으로 작은 물집이 잡히려고 한다. 그림자가 짧아지는 순간부터 힘들어지는 걸음걸이가 하루가 다르게 빨리 찾아오고 있다. 내일은 더 일찍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