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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7.05.17. 까미노 데 산티아고 7일차 : 로스 아르고스~로그로뇨(Logroño)


 까미노를 걸은지 딱 1주일 째 되는 날! 보통 오늘부터 사람들의 페이스가 갈리기 시작한단다. 1주일정도는 안내 책자에 나와있는 루트를 그대로 따르거나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무는 마을에서 머물지만 오늘부터는 그간 걸었던 날들을 돌아보고 각자의 페이스대로 끊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로스 아르고스에서 19.5km 지점인 비아나(Viana)에서 멈추거나 8km를 더 가 로그로뇨에서 멈추는 것으로 나뉜다. 

 쨌든, 나는 로그로뇨까지 가기로 했다. 로그로뇨도 꽤 크고 볼거리가 많으며 타파스가 유명한 도시기 때문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피레네 산맥을 넘었던 것 이후로 25km이상의 길을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깨랑 허리, 무릎을 위해 처음으로 동키 서비스를 이용했다. 처음에 어떻게 이용하는 건지 몰라 좀 헤맸는데, 같은 방을 쓰셨던 분들이 알려주신 덕에 가방을 두고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출발했다. 거진 8kg를 넘는 배낭이 사라지니 걸음이 빨라졌다. 이럴 때 잔뜩 걸어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걸었다. 배낭매고 1시간에 거의 4km정도를 걷는데 이때는 거의 1.5km는 더 걸었던 것 같다. 물론 그 효력은 딱 2시간째까지였다..^^;;



8키로 지점의 Sansol 마을, 로그로뇨까지 20여키로가 남아있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엄마는 매일같이 내가 일어나 걷기 시작할 때, 그리고 도착할 쯤에 잘 도착했냐며 카톡을 남겨두시곤 했다.​ 이날도 역시 엄마의 카톡을 받았다. 아마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걸을 때 덥지 않아 덜 힘들겠네~' 였던 것 같다. 엄마는 내가 없는동안 매일같이 시간과 날씨를 확인했고, 구글지도를 통해 나를 따라 늘 함께였다.


그리고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과 그들을 위한 기도가 머물던 곳을 지났다.

나도 잠시 멈춰 투병 중이신 이모부를 위해, 또 내가 사랑하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도했다.



비아나에 도착했다. 약 20km를 걸었다는 뜻이겠지. 

이때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딱 적당했다.


그러나 그 뒤로 사진이 없다는 것은



그 8키로가 사진찍을 여력없이 힘들었다는 거시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이 오늘의 목적지인 로그로뇨! 솔직히 진짜 겁나 다리 아파가지고 힘들었는데 저 멀리 보이는 것 보고서 눈물 찔끔 짤 뻔했다. 배낭이 있던 없던 힘든건 매한가지였다. 이 때 콜드플레이랑 줄담배덜의 썸띵라잌디스를 미친듯이 반복해서 들었다. 앞뒤로 아무도 없어서 혼자 노래부르면서 감ㅋㅋㅋㅋㅋ



응 오키로 남았고요~




 쨌든, 6시 반에 출발해 12시 40분에 도착! 오늘은 로그로뇨의 무니시팔에서 묵기로 했다. 발이 안좋아 버스타고 온 예지언니와 며칠 전 먼저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우리언니가 나를 반겨주었당. 어쩜 이렇게 빨리왔냐며 (..) 그러게요...동키의 힘.. 숙소도 깔끔하고 호스피탈로분들이 아주 친절하시다. 이렇게 벌써 딱 7일째가 되었다. 보고싶은 사람들을 다시 만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다시 보자며 팜플로냐에서 헤어졌던 우리언니와 Craig도 다시 만났다. 반대로 피레네를 같이 넘었던 캐나다? 미국? 친구는 로그로뇨의 전 마을인 Viana에서 머물기로 했다고 했다. 하루 차이로 엇갈리는게 까미노.. 오늘로 혹시나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어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한게 아쉽다. 


 진님의 부침개는 존맛이었따. 이곳 밀가루를 썼더니 한국에서 보던 것과 비쥬얼은 완전 달랐지만 솔직히 넘 마싯어서 계속 집어먹었다. 씻고 내려온 오빠들도 요리에 합세해 부침개가 끊임없이 나왔다. 이탈리아 아자씨도 한 접시 먹어보더니 진님한테 굿쉐프라며 엄지 들어줌.


로그로뇨는 꽤나 큰 도시이다. 성당도 근방에 3개인가 있고 




 첨으로 까르푸 말고 Mercadona를 갔는데 아아 렬루 큰 마트!!!!!!!!!!!!!!!!!! 엄청 크고 물건도 다양해서 눈 돌아가서 죽을 뻔했다. 유럽은 마트물가가 무지 싸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재료를 사다가 요리해먹는게 제일 맛있고 저렴하다. 물론 난 요리못함ㅎㅎ돈을 보탤뿐.. 그래서 여행용 빨래 세제와 내일 길에서 먹을 토마토 두 알, 복숭아 하나랑 빵과 물, 초콜릿을 좀 샀다.

타파스의 도시답게 !


근데 크렉이 비건이라 감자만 먹었다는 사실^^ (이꽉물)

그렇게 스페인에 있는 동안 타파스를 단 한번도 먹지 못했다...⭐️



예지언니 일행은 거의 매일 술을 먹는다. 사실 아직도 이름을 모르는 두 오빠가 요리를 정말 잘한다... 마트에서 사온 것들을 가지고 우리언니는 하몽 샌드위치를 만들었고, 우리는 간단히 마시려고 주방에 앉아 있었는데 언니오빠들이 오늘은 홍합탕에 와인4병을...  순식간에 이나라 저나라 사람 모여 함께 그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까미노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된다. 나이를 물어보는걸 이상하게 여길 정도, 서로 이름도 나이도 몰라도 이 길에서 만난 너랑 나는 모두가 그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들이다. 그걸 오늘 술자리에서 다시 한번 느낀다. 물론 내 낯가림과 영어가 문제지만 ㅋㅋㅋ유쾌하던 스위스 할아버지 내일 또 뵐 수 있을까?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지같은 놈들도 많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짝 오른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인진지 덕분인지 발은 물집은 거의 없기나 마찬가지인데, 오늘은 가방도 동행도 없어 쉬지않고 빨리 걸어서 그런가 무리가 왔나보다. 자고 일어났을 땐 멀쩡했으면 좋겠다. 내일 가는 목적지인 나헤라는 오늘보다 더 걸어야 하기 때문에 동키서비스를 다시 이용하려고 한다. 쉬는건 부르고스 쯤 가서 하루정도 더 머물까 (물론) 고민 중


11:04pm 자려고 누웠는데 각국의 탱크가 다모여있다 별 코곯이를 다들어보네 귀마개부터 샀어야했다. 얼른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