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8 까미노 데 산티아고 8일차 : 로그로뇨(Logroño)~나헤라(Najera), 엎친데 덮친격
어제보다 더 긴 코스, 거진 30km 를 걸어야 했기에 로그로뇨에서 동키를 보내기 위해 가방을 맡기고, 다시 까미노를 걸어보기로 결심한 우리언니와 진님, 지은언니, 크렉과 다 함께 출발했다. 구름이 잔뜩 낀 새벽이었다.
도시를 빠져나오는데도 한참을 걸었던 것 같다. 날씨가 흐리다.
걷다보니 슬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아니었지만 성가셨다. 나를 제외한 모두는 그냥 걸었지만, 나는 잠시 멈춰 동키로 함께 보내지 않고 챙겨둔 판초를 입었다. 그리고 얼마 후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다들 멈춰서서 우의 주섬주섬 꺼내 입길래 먼저갑니당하고 제쳤다. 그러고 한참을 걷다보니 뒤에 한명도 없었다. 또 다시 혼자가 되었따. 각자의 페이스가 있으니까.
비가 폭우처럼 쏟아졌다. 나는 운 좋게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순간에 나바레떼 초입에 도착했고, 바로 눈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비가 진짜 미친듯잌ㅋㅋㅋㅋㅋ쏟아지길래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크레덴시알에 세요도 찍고 혼자 핫초코 시켜서 당충전을 했따... 여기서 먹은 핫초코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진짜 진하고 달다구리한 맛이었는데 그 이후로 이 맛 열심히 찾았지만 결국 못 찾았다. 이때 이거라도 안마셨으면 중간에 택시탔을듯 ㅎㅎ 하..
여튼, 비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우비를 입은 진님도 거의 다 젖어서 왔는데 일본 여자분은 동키 보냈는데 우의를 같이 보내버리셔서ㅠㅠㅠㅠ결국 택시를 타야겠다고 했다. 나는 카페에서 봉다리 두개를 얻었고 양말 위로 봉다리를 신었다. 판초우의가 닿기 땜시 발이 비에 젖지 않게 하기 위한 나름의 방책이었다. 비가 좀 수그러들때쯤 나는 다시 출발했다.
나바레떼를 빠져나오기 전에 성당에 들렀다. 요런 세계지도에 많은 순례자들의 흔적이 있길래 나도 내 이름을 남기고 왔다.
넓게 펼쳐진 포도밭과 저 멀리 보이는 먹구름들..ㅋ...다시 생각해보면 날 맑았을 때 걸었음 꽤나 멋있었을 것 같기도 한 것 같기도 한 것 같지만......
설마 비가 더올까
정말 미친듯이 왔다. 그래서 이후로 사진없음
한숨 뿐...⭐️
무니시팔에 갔다. 동키 보냈던 가방은 근방의 바에 맡겨져 있다길래 다리를 질질 끌고 다녀왔다. 여튼, 기부제에 호스피딸로가 너무너무 친절하셔서 ㅠㅠ기억에 남는다. 비에 쫄딱 젖어서 핫샤워가 간절했는데 기대와 달리 쿨샤워여서 당황했고 88베드였던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런던에서 12베드 게다가 혼성이라니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어디든 내 몸 하나 뉘일 수 있다면 그것마저도 감사하다...⭐️ 베드버그에 물린다면 오늘이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젖은 신발을 말리는데 공을 들였다. 신발 속에 꾸겨넣은 신문지를 몇번이나 갈았고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개자 해가 닿는곳에 널어두었다. 다행히 잘 말라서 다음날 뽀송하게 신었다. 신발도 빗물에 젖은 흙 밟고 그래서 겁나 드러웠는데 깨끗해짐
그날의 일기...ㅠ 따흐ㅡ윽
여기서 더 추가한건 샤워가 너무 차가웠으며 걸으며 들었던 모던다락방의 노래 덕에 오빠 생각이 많이 났던 날이었다는 것, 그리고 나바레떼 가기 전의 나무 숲이 멋있었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외국 컵라면 노맛이라는 것두..
DIA에서 사다가 대충 때웠는데 진짜 노맛이었다,,
이제는 비가 안왔으면 좋겠다... 진짜 겁내 힘드러따... 스틱도 없고..서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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