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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7.06.14 에필로그 4 : 피스테라(Fisterra) ~ 무시아(Muxia)


버스는 무슨 다시 걷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짐을 싸고 7시 쯤 나왔는데, 걷고 있는 사람 한 두명 정도 보이는 것 외에 별로 없었다. 어쨌든 오늘은 정말로 마지막으로 걷는 날이구나. 피스테라에서 무시아 사이에 바가 한개라던데 바를 만나면 꼭 쉬었다 가야지를 다짐하며 어제 사둔 사과, 시리얼 바 두개를 먹으며 출발했다.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아파오는 발에 아차싶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유종이 미를 거둬보자며 열심히 걸었다.


길은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써니님 말대로 길이 좀 헷갈려서 길잃을 뻔 했지만 (마지막에 잃음ㅋ) 그때마다 사람들이 나타나 길을 알려주었다. 사실 이 여행의 시작점부터 그랬다. 먼저 암만 고민해도 걱정거리가 생겨도 막상 부딪혀보면, 하루하루를 길을 따라 걷다보면 누군가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 여러모로 신기한 길. 

단, 갈리시아 지방부터 그랬던 것 같은데, 오늘도 덩치큰 개가 많아서 조금 무서웠다. 


그렇게 12km를 걸어 리레스에서 아점을 먹었다. 피스테라와 무시아 사이에 단 하나있는 바. 이곳도 찾아오는 길이 좀 헷갈려 자칫 지나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나 말고도 먼저 와 끼니를 해결하고 잠시 쉬어가는 순례자들이 꽤 있었다. 바에서 피스테라까지 가는 길에 종종 봤던 꽁지머리 아저씨도 만났다. 나랑 반대로 무시아에서 피스테라로 가는 듯 했다. 이 마을이 무시아보다는 피스테라에서 가까운 마을이라, 메세타에서도 성큼성큼 잘 걸어가시더니 엄청 빨리 걸으셨네 싶었다.

엄청난 양의 토스타다와 예쁜 도장도 찍고, 혹시 언니 만나면 주려고 씨리얼바 두개에 편지를 써 주머니에 넣었다. 걸으면서 먹는 마지막 아침 잘 먹고 다시 출발


중간에 정말 언니를 만났다. 언니가 훨씬 늦게 출발해서 내 기준 무시아까지 8km 남은 지점에서 만났지만, 그래도 만나니 너무 반갑고 신났다. 언니가 과자 나눠줘서 먹고, 나도 바에서 챙겼던 씨리얼바를 줬다. 이 여행에서 우리가 만나는 건 정말 마지막일지 모르니 언니가 안아주고 고생했다며 토닥여줬다. 그렇게 아쉬운 인사를 뒤로하고 서로의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리를 질질 끌며 끝에 길도 잃었지만, 무시아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후 2시 20분. 완주증은 알베르게에서 받을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무시아에 먼저 와계시던 지영님이 해주신 밥과 삼겹살을 흡입하고, 쉬다가 바다를 보러 갔다왔는데 먼저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왜 무시아에서 까미노를 마무리하니까 좋다고 했던지 알 것 같은 풍경이었다. 구름 낀 날씨와 그 사이로 간간히 비추는 태양, 고요한 바다. 가만히 보고 있어도 좋았다.


진짜 끝이다. 더 이상 걷지 않는다. 뭣 모르고 시작했던 이 길의 끝에서 그 생각을 하니 이제야 정말 실감이 난다. 다연아 고생 많았어 그 순간들 잊지말자.



바다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먹었던 튀김




까미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