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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


2017.06.15 에필로그 5 : 다시 여행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6시 45분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로 왔다. 36일만에 타는 바퀴달린 것은 새삼.. 좋긴 하더라. 4일을 걸쳐 걸어왔던 길을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달려오니 말이다.

  


지은언니는 산티아고에서 잠깐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시간이 안맞아 못만나게 됐다. 어제가 정말로 마지막이었다. 언니는 바로 세비야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오늘 하루를 콤포스텔라에서 보낼 생각이었다. 그래서 예약했던 숙소 체크인 하기 전 터미널에서 내일 탈 예정인 포르토행 알사버스 표를 끊었다. (몰랐는데 운좋게 학생할인이 되서 28유로에 샀다)  그리고 터미널에서 오늘 포르토로 간다는 예지언니를 우연히 만났다. 바에서 아침먹으면서 이야기하고 예지언니와도 작별인사를 했다. 괜시리 맘이 뒤숭숭했다.

나는 체크인이 11시라고 알고 있어 시간이 뜨니 쇼핑이나하자 싶어서 쇼핑몰에 갔다. 생각보다 커서 놀랬고 가방이 무거워 보관함에 넣어놓고 한참 돌아다닌 끝에 자라에서 바지 하나랑 이름 모르는 가게에서 하와이안 너낌나는 걸칠 옷을 샀다. 그런데 걷다보니 힘들고.. 혹여나 가방 털릴까봐 후딱 돌아보고 숙소가서 체크인하고 가방을 두고 와야겠다 생각했다. 참. 프라이막에서 우산도 샀다. 거치적 거리던 판초는 어제 무시아에서 버렸다. 앞으로 비가 안올 것 같긴 하지만.

현금이 필요해 인출기에서 돈을 뽑았다. 서비스요금 5유로를 받아먹길래 넘 아까웠지만 덕분에 빨래도 하고, 가방 정리하며 그동안 열심히 썼던 스틱, 바지 등 버릴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들을 사 채워넣었다. 



메뉴델디아 12.5유로 내고 혼자 세련되고 예쁜 가게에서 조용히 식사도 하고, 앞으로 남은 여행을 위해 제일 무난한 청바지와 검정 티셔츠도 샀고 조금 늦게 들어갔는데 저녁 미사도 드리고 왔다. 

성물방에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조개와 화살표 모양의 은반지를 샀고, 이모부랑 이모 드리고 싶어서 작은 묵주팔찌 비슷한 걸 샀는데 문득 축성 받아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다가 산티아고 대성당 앞을 지키는 가드에게 번역기 돌려가며 부탁했더니 안내요원이 와서 안내해줬다. 마침 신부님은 고해성사 중이시니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마침 끝나고 나오시기에 보여드렸더니 흔쾌히 축성해주셨다. 정말 소름돋는 경험이었다. 그런 소름은 또 처음.. 벅차기도 했다. 

그렇게 받은 성물은 고이 가방에 넣고 반지는 꼈는데 손이 너무 까매져서 생각보다 이상했지만 ㅋㅋ 맘에 든다. 기념품은 그냥 주변 사람들 줄 뱃지만 구매했다.



아 이제 정말 끝이구나

산티아고 안녕!